농촌진흥청, 우리나라 식물 탄저병균 유전자 분석으로 재정리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식물 탄저병균을 유전자 분석으로 재정리해 61종을 확인했으며, 이들이 120종 식물에서 분리돼 203개의 '탄저병균–식물' 조합을 이루고 있음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1916년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목화, 강낭콩 등에서 탄저병균이 처음 기록된 이래,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에 66종, 한국식물병리학회 한국식물병명목록에 60종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현미경으로 본 형태와 기주식물에 따라 구분한 것이라, 유전자 분석에 기반한 최신 분류체계에 맞춰 재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은행(KACC)은 1990년대부터 보존해 온 탄저병균 237균주를 다수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함께 비교하는 최신 분류법(다수유전자 계통분석법)으로 재분석했다. 이를 국가생물종목록, 한국식물병명목록, 관련 문헌 등과 비교해 정리했다. 그 결과, 농업미생물은행이 보유한 균주는 52종이었다. 이 가운데 14종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며, 매듭풀과 환삼덩굴에서 분리한 2종은 세계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이다. 1916년 이후 국내에 보고된 식물 탄저병균은 모두 86종인데, 다수유전자 분석으로 최종 확인된 종은 61종이었다. 이 61종은 120종의 식물에서 분리된 것이다. 문헌에서 확인한 결과, 국내에는 203개의 탄저병균-식물 조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탄저병균을 기주식물과 현미경으로 관찰한 형태에 따라 '고추 탄저병균', '사과 탄저병균'과 같이 큰 묶음으로 구분했다. 이 체계는 발병 조건과 약제 반응이 서로 다른 종들이 섞여 있어 정밀 방제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 고추에서 확인된 탄저병균은 13종, 사과 탄저병균은 10종이었다. 고추에는 스코빌레이탄저병균이, 사과에는 시아멘세탄저병균과 프룩티콜라탄저병균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발병 조건, 약제 반응이 비슷한 군끼리 세분화해 탄저병 정밀 방제가 가능해졌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세분화해 동정한 식물 탄저병균주를 씨앗은행 누리집(genebank.rda.go.kr)에서 제공해 식물 탄저병균의 정확한 동정과 약제 반응 연구 등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he Plant Pathology Journal (IF 2.6)에 실려 학술적으로 인정받았다.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한상현 과장은 "우리나라 식물 탄저병을 유전자 분석에 기반해 새로운 분류체계로 정립한 것은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식물 탄저병 전염 과정 해석이나 방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식물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병균(Colletotrichum)은 곰팡이로, 사람과 가축에 탄저병을 일으키는 세균인 탄저균(Bacillus anthracis)과는 전혀 다른 미생물이다. 하지만 식물병원 곰팡이 가운데 경제적 중요도 8위로 꼽히며, 고추에서만 한 해 1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주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영향이 크다.